보도미디어 매일경제- "공부로 시합제한, 엘리트 체육 미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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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9회 작성일 24-08-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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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운동선수 최저학력제 탓에
탁구신동 신유빈 진학 포기
학습권 못잖게 운동권 절실
전문선수 택한 학생 뜻 존중
학업·훈련 병행 가능해야
국가스포츠위원회 세워
체육계 장기비전 수립 필요

 

사진설명

 

파리올림픽을 앞둔 한국 체육계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메달 수와 순위가 지속해서 하락했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5개 이상 획득하는 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관심도가 높은 올림픽 축구팀의 본선 진출 좌절은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게 했다.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둘 때마다 제기됐던 '엘리트 체육 무용론'도 일찌감치 소환됐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예상을 뒤엎는 결과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한국 선수단은 부정적 전망을 뒤로하고 순항을 거듭했고 대회 전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 '이번 올림픽은 정말 관심 없다'고 말하던 국민들도 다음 경기 일정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매일경제와 만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했다. 그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 기간에만 체육계에 관심을 보내는 사회적 풍토를 꼬집었다. "예전에는 국위선양이 중요하다더니 이젠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하고, 그러다 또 엘리트 체육 붕괴라고 떠듭니다. 이런 식의 단기적 시각이 문제입니다."

이 회장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체육인들은 상대적 약자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운동하면 머리 나쁜 사람이라는 편견이 남아 있다"며 "체육인들이 덩치나 목소리는 클지 몰라도 사회적 지위는 약자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체육정책에 현장의 혼란이 커져도 체육계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특히 '학생 선수 최저학력제'를 문제 삼았다. 학생 선수가 일정 수준의 학력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에 열리는 대회에 출전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는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학생은 최저학력제를 적용받지 않는데 운동선수만 제한을 받는다"며 "신체 능력의 절정기에 인생의 승부를 봐야 하는 학생 선수들에게는 학습권보다 운동권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온 국민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를 응원하지만 그가 최저학력제도와 운동권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체육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국체대나 체육고등학교 학생들의 수능 성적을 보세요. 대부분 중상위권입니다. 운동 잘하는 아이들은 머리도 좋아요." 이 회장은 "일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직업을 갖듯 학생 선수들은 운동을 열심히 해야 선수가 된다"며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운동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 진흥과 생활체육 확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학생이 언제든 원하면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그중에 전문선수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운동할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거죠."

이 회장은 체육시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이 운동을 할 만한 시설이 너무 부족합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운동을 하기 위해 경기도 외곽까지 가게 해선 안 돼요."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학교 운동장 개방이다. 이 회장은 "시내 한복판 학교가 교도소처럼 문을 잠그고 있다"며 "학교 운동장을 생활체육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발전을 위해 통합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체육 관련 업무가 12개 부처에 나뉘어 있어요.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해법은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이다. "방송통신위원회나 금융위원회 같은 독립기구를 만들어 체육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재영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